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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 외등 서평취미/서평 2017. 9. 20. 09:41
- 외등
- 국내도서
- 저자 : 박범신
- 출판 : 자음과모음(구.이룸) 2001.05.14
- 평점 ● ● ● ● ○
- 상처투성이 현대사를 관통해 온 인물들의 30여 년에 걸친 잔인한 사랑, 끈질긴 증오, 오르가슴보다 더 통절한 죽음이 묵은 활자 속에 화석처럼 갇혀 있는 걸 나는 보았다. 그들은 갇혀 있었지만 아주 죽은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단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내 인물들이 말했다. 겨울이 끝날 때쯤 비로소 나의 인물들이 폭설 속으로 슬프고 아름답게 떠나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잘 가라, 나의 지난 전근대여, 라고 나는 어느 새벽 눈 쌓인 뜰을 서성서리며 혼잣말을 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줄거리...
잡지사를 다니다가 그만두어 프리랜서로 지내던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경찰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갔다가 자신의 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그리고 그 자신이 그의 자취를 쫓으며 그가 이루지 못했던,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자유롭게 해 주는 '과제'를 완성하고자 한다.
주인공 스스로도 오빠를 사랑하였으며 그것으로 현재 자신에게 구애하고 있는,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수빈'을 거절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자신의 어릴적, 오빠와, 그 오빠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그녀, 혜주 언니와 함께 지내던 어린시절을 넋두리 하듯이, 이야기 한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죽은 이후 사라졌던 혜주를 다시 같은 병원에서 찾고, 결국 그녀를 병원에서 탈출 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녀를 그녀의 남편이 찾지 못할 곳을 찾아 지내며 지난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가 어째서 그녀가 사랑하는 주인공의 오빠를 떠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감금'되게 되었는지.. 주인공은 자신의 알고 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모든 진실을 알게된다.... 후략.
여전히 글을 요약하는 것을 잘 하지를 못하기에 깔끔하게 모든 내용을 쓰지 못하고 정말 간단히 어떤식으로 흘러간다로 썼지만, 그것만으로 상당히 흥미를 돋울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 적절하게 긴장시키고 적절하게 완화시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점점 더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되면서 어떤 특정 캐릭터를 미워하지 못하고 그저 동정하게 된다.
이 책은 정말 사랑의 밑바닥, 혹은 사랑의 민낯을 그대로 그려낸 것 같다. 이것은 과거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그 효과거 더 증대되는데, 요즈음과 같은 배경이었다면 이렇게 애틋하게 혹은, 독하게 이 사랑을 그려내진 못 했을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이전 내용이 자연스럽게 기억이 나고 어떤 캐릭터를 그려낼 수 있게하는 읽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다만 사건이 굵직하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하나를 조금씩 파내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후에 이 작가의 책을 찾아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