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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원 - 터널 서평취미/서평 2018. 7. 12. 22:52
- 터널
- 국내도서
- 저자 : 소재원
- 출판 : 작가와비평 2016.08.05
- 평점 ● ● ● ◐ ○
- "사고가 났습니다." 그는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내원이 고객님 차량 이외에 다른 차량도 파손되었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니요, 혼자 터널을 달리다 난 사고입니다. 터널이 무너졌습니다." 그의 눈에는 아슬아슬하게 큰 돌덩이를 막아낸 앞 유리가 꽤나 거슬렸다. 우장창 금이 가버린 유리는 금방이라도 돌덩이들을 그의 머리위로 쏟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가 밖으로 나가보려 문을 열어보았지만 문을 막아서고 있는 묵직한 돌들은 그에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 버렸다. ... 후략
나는 책을 읽을 때 항상 표지, 책의 뒷면을 포함해 작가의 말, 작가의 연대 등 겉에 나온 모든 정보를 읽고 나서 본문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의 뒷면에는 추천사가 적혀있었다. "짠한 감동을 안겨주는가 싶더니 눈물을 자극하고, 펑펑 울리나 싶더니 분노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 작품, 또 분노를 참을 수 없을 즈음,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모든 상황이라는 사실에 죄의식을 만들고 그 죄의식은 바로 우리의 집단적 본능이라는 소설 속 이야기에 소름이 돋았다. ... 후략 - 손요(방송인)" 이러한 찬사와 같은 추천사가 적혀있었다.
그러나 지금껏 많은 책들을 읽으며 뒷면에 쓰여진 추천사들이 나와 꼭 같은 생각을 가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내가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다시 이 책의 추천사들을 읽었을 때 나는 이 추천사들 모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줄거리 이렇다. 아마 영화로 공개되었으므로 이 책과 동일한 혹은 유사한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여튼 처음이 도입부는 내가 책의 소개로 써 놓은 내용과 같다. 이 남성은 터널에 갖힌다. 그러나 그는 금방 빠져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집에 전화를 걸어 식구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실제 구급대원들이 파악한 상황은 이 터널은 완전한 밀실이라는 것이다. 터널을 입구부터 뚫고 들어가기에는 터널이 무너질 위험이 크기에 위에서 드릴로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에는 큰 바위가 가로막고있다.
처음에는 희망적이다. 굉장히. 사람들은 동정의 시선을 보내며 실제로 많은 후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동정은 사라지고 불편함이 남게 된다. 특히,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주변 도로를 차단하고 그 것으로 인해 인적 드문 마을에 사는 노인이 쓰러진 후 제 시간에 치료를 받지못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동정의 여론이 강하므로 사건이 적당히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래 배후이고 피의자라고 할 만한 배후인물들(시공사, 관련 부처 높으신 분들 등)은 지금 상태로 진행되면 자신들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게 되니, 그 노인의 마을의 이장을 설득하여 시위를 벌이게 한다.
그러는 와중에 또 다시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하여 두명이 숨지게 된다. 그리고 이 것으로 인해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된다. 동정의 여론은 사라지고 모든 잘못과 책임을 사고를 당한 가족에게 돌렸으며, 공공의 행복을 위해 터널을 뚫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남성의 아내가 사는 아파트는 시위에 휩싸이고 그로인해 같은 아파트에서도 그 가족들을 멀리한다. 사실 여기에서 부터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렇기에 줄거리는 이만 줄이겠다.
이 책은 정말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혹은 SF가 아님에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며, 이 책이 그리고 있는 스토리, 그리고 내포하고 있는 목적도 완벽에 가깝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것은 내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없어서 인지 모르겠으나, 책의 중간 중간 어떤 인물이 말을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메일, 편지 등에서 " ... 부탁입니다. 구. 해. 주. 세. 요." 이따위로 점을 붙이는 부분이 있는데 무슨 2000년대 싸이월드도 아니고, 볼때마다 손발이 오그라 들고 왼팔에 흑염룡이 잠들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부분이 나올 때 마다 집중해서 읽고 있는 상태에서 인셉션에서 킥음악 들은 거 마냥 현실로 튕겨진다.
다행히 이런 부분이 모든 대화에서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 중간부터는 내가 스스로 인식하지 않게 된 점으로 인해 크게 거슬리지 않게 읽을 수 있었지만 초반 부분, 감정 몰입이 되지 않고 그냥저냥 읽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점찍는 글이 나오면 참 읽기 싫어진다. 이게 책 20페이지 부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처음 이거 읽고 몇분간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뭐, 딱 그것 빼고는 정말 괜찮은 소설이었다. 물론 그 부분이 너무 치명적이었기에 별점은 1.5점을 빼버렸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정말 5점 만점을 줬어야 했을 정말 괜찮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