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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크라흐트 - 제국 서평취미/서평 2018. 7. 9. 15:14
- 작가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 출판 문학과지성사
- 발매 2013.12.12.
- 쪽수 316
- 평점 ● ● ● ◐ ○
- 길게 뻗어 있는 하얀 구름들 아래, 번쩍거리며 빛나는 강렬한 태양 아래, 환하고 밝은 하늘 아래 처음으로 들려온 것은 한참이나 이어지는 경적 소리였다. 이어서 배의 점심 식사를 알리는 종이 요란한게 울렸고, 말레이인 사환이 소리도 없이 사뿐사뿐 발끝으로 걸어 돌아다니면서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갑판 여기저기에 누워 다시 잠에 빠져 있던 승객들의 어깨를 일일이 조심스럽게 살짝 건드려 깨웠다. ... 후략
이 책의 소개로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은 이 문장으로 결국 이 소설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간략하게 줄거리를 읊자면 나체주이자이자 채식주의자인(정확히는 야자주의자) 주인공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태평양의 한 섬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섬을 얻었으며 그는 신과 가장 가까운 야자를 먹음으로서 '신의 섭취자'가 되어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 자신의 '낙원'을 계속해서 알리며 자신의 이상을 전하고자 한다.
그리고 첫번째로 방문한 자신의 추종자는 문제가 많은 젊은이였다. 그는 나체주의자 이면서도 성적인 자유를 꿈꾸었다. 그리고 그 자유는 상당히 잘못된 것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자유를 위해 '강간'이라는 방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그의 잘못으로 그는 대학에 갈 수 없었으며 두 번째 이 섬에서의 잘못으로 그는 목숨을 잃는다.
이후 삶에 지쳐있던 음악가가 주인공을 찾는다. 그리고 그는 이전 첫번째 젊은이와는 달리 완전히 그와 동화되어 그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주인공은 점점 불안해져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꾸준히 보내던 자신의 '낙원'에 대한 이야기가 드디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 낙원을 찾아 수많은 무리가 몰려오게 되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무리가 두려웠으며 그 무리를 처분하는 자리에서 음악가가 '자신'이 만든 '자신'의 이론을 음악가가 이야기하며 처분 방법을 강구하자 주인공은 모든것을 멈추고 무리들을 집으로 돌려보냈으며 음악가 또한 경계하기 시작한다.
그 후 음악가와 주인공은 더 이상 이전의 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으며 음악가는 주인공을 떠나온다. 이후 주인공은 더없이 밀려온 고독감과 이전부터 야자 만을 먹어왔기에 생긴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자신에게 생긴 병에 대해 저항할 수 없었으며 그 육체적 병은 주인공의 정신마저 흔들어 놓는다. ... 후략
이후의 이야기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더 적지는 않겠습니다.
이 소설은 역사적인 인물과 배경을 가지고 작가의 상상력을 이용하여 살을 붙이거나 역사의 내용을 바꾸는 식으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실제 역사의 주요한 가지는 가져가지만 세세한 설정등은 현실과 전혀 다르기도하며 그로인해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이 책은 참 이상한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꾸준히 주인공을 바라보며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다른 인물을 바라보거나 특정 인물의 시선을 통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간단하게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소설로 적었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이 전개방식을 깨닫는 것은 책의 소개로 적은 저 문장과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으로 인해서 입니다.
저는 이 책을 꽤 오랫동안 읽어서 앞의 내용이 조금 헷갈리는 상태였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나자 책을 읽는 동안에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한번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책 전체를 읽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특이한 전개 방식때문에 술술 읽히지도 않을 뿐더러 내용 자체가 흥미를 끌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독특한 전개 방식은 이 책을 매력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