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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 - 광기와 우연의 역사 서평취미/서평 2022. 12. 2. 14:06
목차
- 들어가는 글
- 1. 키케로의 죽음과 로마 공화국의 종말
- 2. 동로마 제국의 종말
- 3. 불멸을 향해 질주하다
- 4.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부활
- 5. 하루살이 천재의 비극
- 6. 세계사를 결정지은 워털루 전투
- 7. 괴테의 마지막 사랑
- 8. 황금의 땅 엘도라도의 저주
- 9. 죽음을 경험한 예술가
- 10. 미국과 유럽을 잇는 해저 케이블
- 11. 톨스토이의 마지막 날들 - 1910년 10월 말
- 12. 남극 정복을 둘러싼 경쟁
- 13. 봉인 열차
- 14. 윌슨의 좌절
- 옮긴이의 글
서평
기존의 역사서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서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이 책은 역사적인 사건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게 아니라 역사적 인물에 빙의하여 그 인물의 심리와 주변 상황을 묘사하며 그 사건을 실제 겪는 것처럼 서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책은 세계의 종말과 욕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의 광기로부터 비롯된 사건과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역사적인 작품이나 결정을 내리게 된 인물을 다룬다.
광기에 관련된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워털루 전투의 패배 과정에서 평범한 인간이 역사적인 사건에 휘말렸을 때 어떻게 되는지 서술한 것을 들 수 있는데,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에서 유능한 지휘관이 죽어나가며 그저 평범한, 군인으로서 충실하나 지휘관으로서 결정을 내릴 줄 모르는 사람이 명령을 무시하고 나폴레옹을 도우러 가지 않아 발생한 나폴레옹 최후의 패배를 그 평범한 사람의 눈을 빌려 서술한다. 영웅이 아닌 인간이 역사적 사건에서 반응하는 답답한, 하지만 가장 평범한 반응이 기억에 남았다.
우연을 다룬 것 중엔 헨델의 사건이 가장 뇌리에 깊게 남았는데, 그가 반신 불수가 되었다가 회복하며 신께 감사하는 의미에서 작곡한 메시아. 그가 어떤 상황에서 그 역작을 그려낸 것인지를 그의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이 건 책을 다 읽고 나서 메시아를 들었을 때, 기존에 느꼈던 것보다 훨씬 벅찬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도 비판할 점이 많은데, 그 시대 사람의 기록으로 복원했다기보다는 작가가 심리적인 상황을 상상하며 그려낸 것이기에 역사를 다룬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최근 완역판이 나오기 전에는 작가 사후 출판된 책이다 보니 작가의 의도가 완벽하게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약점도 존재했다. 다행히 이 책은 그런 약점을 보완해 나왔기에 작가의 의도 그대로 역사적 인물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나의 사건을,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마 종종 다시 읽을 것 같다. 특히, 헨델 파트는 메시아를 들으며 다시 읽어보고 싶다.